스마트폰을 처음 샀던 날을 기억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손안에 있다는 설렘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작은 화면이 내 시간을 가장 많이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림의 폭정

하루에 몇 번이나 휴대폰을 확인하는지 세어본 적이 있다. 150번이 넘었다. 이건 깨어있는 시간으로 치면 6분마다 한 번씩 화면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집중이 어려운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캘 뉴포트가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말한 것처럼,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기술과 맺는 관계다. 도구가 주인이 되고, 우리가 도구가 되어버린 상황.

작은 실험들

첫 번째 실험: 침실에서 휴대폰 추방. 대신 책상 위에 아날로그 시계를 두었다. 잠들기 전 마지막과 일어나자마자 첫 번째가 화면이 아니게 되었다.

두 번째 실험: 알림 대청소. 진짜 중요한 연락만 즉시 받도록 설정했다. 이메일, 뉴스, SNS의 빨간 점들을 모두 끄니 마음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세 번째 실험: 의도적인 지루함. 지하철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꺼내지 않기. 그냥 생각하고, 관찰하고, 멍때리기. 놀랍게도 이런 순간들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비움의 미학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앱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덜어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이 글도 알림을 모두 끄고, 한 시간 동안 오롯이 글쓰기에만 집중해서 쓸 수 있었다. 기술을 의도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